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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 미로

[생각 미로] 자아란 무엇인가 - 영화 말아톤

by 고뭉나무 2021. 5. 28.


자폐아는 자아가 있을까?

자아가 있다는 건 좋아하는 것, 싫어하는 것을 구분하는 것일까?

그 좋아하는 것을 위해 힘든 것도 감수하는 것일까?



영화에서 경숙(초원이 엄마)은 초원이(주인공)에게 계속 마라톤이 좋은지 & 힘들지는 않는 지를 끊임없이 물어본다.
감독은 이 두 가지가 자아 형성과 관련있다고 본 것 같다.

영화 안에서 초원이는 20살임에도 불구하고 어린 아이처럼 나온다.
(어린 아이 같은 글씨체로 그림 일기를 쓰고, 남을 배려하는 것이 없이 본인만 생각하는 등)

남을 생각하고 배려하는 것은 성격이 아니다. 자아가 덜 성장한 것이다.
(초원인 후반부에 코치와 한강공원을 뛴 후 심장이 벌떡벌떡 뛰는 코치에게 물을 건네주었다. 전에는 본인 물과 자두는 절대 안주더니)

이것 또한 어린 아이같은 모습이다.

[마라톤 명장면] 둘 다 열심히 마라톤을 하고 쉬고 있는데 감독에게 물을 건네는 초원


자폐를 가지면 자아가 아직 덜 성장하나보다.



영화에서 봤듯이 자폐를 가진 성인이 어린 아이와 같이 묘사되므로 어린 아이는 자아가 덜 성장했다고 볼 수 있다.
즉, 어린 아이는 자아가 덜 성장하여 자신이 뭘 좋아하는 지를 모른다.(아이스크림, 초코파이 이런 물질적인 것 말고) 추상적인 무언가.
자신이 좋아하는 추상적인 목표를 잡기가 어렵다.(영화 말아톤에서는 마라톤)

경숙은 초원이가 뛰는 것을 좋아한다고 생각하고 마라톤을 시켰지만 지하철 사건으로
초원이는 그저 엄마의 추상적인 목표 설정을 위해 엄마가 설계해놓은 물질적인 보상(초코파이, 짜장면)만 보고 혹은 엄마의 행복한 미소를 보고 뛰는 것이 좋다고. 힘들지 않다고 한 것이라는 것을 깨닫는다.

[말아톤 명장면] 지하철 씬


이것으로 자신이 초원이에게 큰 잘못을 했다고 충격을 받고 초원이에게 마라톤 시키는 것을 그만둔다.


그러나 초원이에게는 달랐다. 42.195km 춘천 마라톤을 향한 초원이의 의지와 마음이 이미 달라져 있었다.


대회 전, 작업장의 선풍기 바람을 뛰면서 느끼는 바람이라 생각하며 손과 얼굴을 바람에 맞기며 달리기 연습을 한다. 누가 시켜서도 아닌 본인의 의지로 (이것이 영화의 가장 중요한 포인트)

대회 당일 날, 자신이 좋아하는 얼룩말 무늬가 새겨진 운동화를 신고, 직접 이름표를 달고 운동복을 입고 춘천 마라톤으로 향했으며, 연습을 안해서 이대로 뛰면 쓰러진다는 엄마의 반대에 안쓰러진다는 자신의 의지를 표한다. (초원이 본인이 마라톤을 정말 하고 싶어한다는 게 느껴진다.)


그리고 마라톤 중간에 초원이 체력에 한계를 느끼고 주저앉게 되는데..
이때 어릴 때 엄마가 등산을 위해 초원이를 물질적인 보상으로 꼬시던 초코파이를 누군가 초원이에게 건넨다. 초원이는 이내 어릴 때 기억을 떠올리며 그때처럼 다시 일어나서 달리는 데 여기서 중요한 장면이 나온다.

그렇게 원동력을 찾고 이내 초코파이를 손에서 놓아버린다.

목표를 위해 물질적인 보상만 바라보고 달리지 않는 자아를 형성했다는 것을 보여준다.

한단계 성장한 자아를 갖게 된 것이다.




그럼 자아는 어떻게 성장하는 가?

초원이는 자연을 느끼며 성장했고 엄마의 아픔을 통해 감정을 이해했다. 엄마와 등산을 하며 바람을 느끼고 정상에 올라 벅차오른 심장에 손을 갔다대며 콩닥콩닥한 심박을 느끼고 빗 속에 손을 뻗어 비를 느꼈다.
이 모든 것을 느낄 수 있는 것이 마라톤이었고 그래서 초원이는 마라톤을 좋아하게 된 것이다.
그리고 병실에 누워있는 엄마를 보고 슬픔이라는 감정을 느끼며 주룩주룩 내리는 비와 함께 눈물을 흘렸다.

결국 자아가 있다는 건.
자신의 감정을 제대로 아는 것 (기쁜 지, 슬픈 지, 화난 지, 두려운 지 등)
내가 갖고 싶은 추상적인 목표가 생기는 것
위 목표를 이루기 위해 녹여지는 내 힘듦을 물질적인 보상만으로 채우는 것이 아닌 의지와 투지, 내 자신으로 극복해내는 것
남을 배려하는 것 (챙겨주는 것)



PS. 이 글은 재작년 11월 영국 출장 가는 비행기 안에서, 비행기의 영화목록에서 처음으로 제대로 영화 말아톤을 보고 쓴 글이다.
영화보는 2시간을 흠뻑 몰입했고 인터넷이 안되는 상황이었기에 나는 더욱 나만의 생각에 빠져 영화에 대해 생각할 수 있었다.
감독이 남긴 듯한 메세지가 보였고 촬영 감독이 남긴 각종 클리쎼들도 계속 내 머릿속에 남아있었다.
참 잘 만든 영화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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